[김대복 박사의 구취와 질환] 시원하게 숨 쉬고 싶다! 두뇌가 맑은 상태가 그립다. 코에서 냄새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축농증을 가진 사람이 흔히 호소하는 세 가지 고통이다. 축농증은 코 안에 염증이 생긴 증상이다. 코가 막힌 탓에 두뇌의 산소 공급이 적게 돼 쉽게 피로하고, 기억력이 감퇴된다. 잦은 두통이 발생하고, 냄새 맡는 기능도 떨어진다. 증상이 오래되면 입과 코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축농증의 의학명은 부비동염이다. 부비동 내부 점막에 생긴 염증이다. 얼굴에는 공기가 찬 여러 개의 공간이 있다. 이 공간들은 코와 미세한 통로로 연결된다. 이것이 부비동으로 코 주위에 4쌍이 있다. 상악동(maxillary sinus), 접형동(sphenoidal sinus), 사골공동(ethmoidal sinus), 전두동(frontal sinus)이다.
부비동은 얼굴의 코, 눈, 귀와 연결되어 있다. 한 곳에 염증이 생기면 얼굴 전체로 퍼질 수 있다. 축농증이 발생하면 중이염, 결막염도 동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부비동에서도 염증에 취약한 게 상악동이다. 상기도 염증은 쉽게 부비동으로 옮겨간다. 부비동 염증으로 부은 점막은 코와의 연결통로를 막는다. 여기에 세균과 곰팡이가 증식해 부비동염을 일으킨다. 부비동이 작은 어린이는 아데노이드가 비대해지면 콧구멍을 막는다. 어린이에게 축농증이 많은 이유다.
부비동에서는 하루에 1.5L의 점액을 분비하다. 부비동의 점막은 섬모운동으로 비강과 부비동에 침투하는 이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또 부비동은 호흡을 통해 대뇌의 열을 식혀준다. 만약 부비동에 세균이 증식하면 섬모 운동이나 점액 분비 기능이 떨어진다. 열 교환 역할도 낮아져 고름이 차면 코로 숨을 쉬기 어렵다. 부비동에 찬 고름은 연결통로를 통해 코로 흐른다. 끈적거리는 노란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거나 계속 삼키면 혀 뒷부분에서 혐기성 박테리아의 먹이가 된다. 염증이 많으면 후비루와 목 이물감으로 나타난다.
코 막힘으로 인해 입으로 숨을 쉬면 구강의 침은 계속 마른다. 박테리아의 서식환경에 더 유리해진다. 이로 인해 축농증이 있으면 입 냄새가 나게 된다. 부비동 고름은 오랜 기간 고여 있는 탓에 악취가 심한 편이다.
축농증이 심하지 않으면 코를 식염수로 세척하면 좋다. 코 안 점액층의 가피 제거, 습도 유지, 점액 섬모운동 촉진, 후비루 감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극이 심한 음식과 찬 음식, 인스턴트 음식을 줄이고, 따뜻한 차와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상태가 심하면 항생제, 점막수축제, 항히스타민제, 소염진통제, 국소스테로이드 같은 약물 치료를 한다. 약물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면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한다. 수술 원리는 동공 입구를 넓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술이나 약물로 동공 입구를 넓히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비염 등으로 코의 점막이 부으면 다시 막히는 까닭이다. 수술의 한계는 코 점막을 튼튼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코 점막이 일부 제거되면 건조감, 비점막어혈 등의 부작용 우려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재발없는 근본치료를 시도한다. 옛 문헌 속의 축농증은 비연(鼻淵)이다. 폐에 습한 기운이 들어 열이 발생해 생기는 병이다. 비연은 콧물이 물 흐르듯 계속 흘러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원인은 찬바람(風寒), 폐의 찬 기운(肺寒)과 폐의 열감(肺火), 코의 열(鼻熱), 후덥지근한 습열(濕熱), 급성비염, 이물자극 등이다. 찬 기운이 강한 겨울에 많이 생긴다. 한방에서 코와 폐는 같은 성질로 본다. 폐가 차거나 뜨거우면 코 질환이 발생한다. 축농증에서 폐 기능 회복에 신경 쓰는 이유다.
치료는 몸의 일부분, 단순한 코 질환이 아닌 인체 종합적으로 접근한다. 인체의 오장육부와 밀접한 폐를 우선 다스리는데 중점을 둔다. 한의학에서 ‘코와 폐는 서로 연결 된 것’으로 본다. 주로 코 질환은 폐에 열이 많거나 너무 차가워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에 호흡기의 면역력 강화에 중점을 둔다. 또 직접적으로 비강의 염증 제거, 고름 배출, 점막 재생, 면역력 강화 처방을 한다.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 청폐음(淸肺飮),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창이자산(蒼耳子散)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저하된 자율신경 회복도 꾀해야 한다.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극대화시켜 근본적 치료를 하는 방법이다. 약물은 증세에 따라 다르지만 1~3개월 복용이 일반적이다.
이승규 기자 press33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