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입 냄새, WHAT 구취
-김대복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
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 대전대 한의대 김대복 겸임교수의 입 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
<7> 구취로 알아보는 질환 10가지
구취의 원인은 생리현상, 생활습관, 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생리현상은 아침에 일어난 직후, 허기가 졌을 때 등이다. 또 많은 나이도 원인이다. 자정작용을 하는 침의 분비가 저조해 냄새가 난다.
생활습관은 금식이나 단식, 불규칙한 식사 때의 구취다. 마찬가지로 침샘의 자극과 연관이 있다. 또 음주, 흡연, 향이 강한 음식, 입안의 보철물 등도 역겨운 냄새를 일으킨다. 입을 마르게 하는 약물 복용도 구취를 일으킨다.
질환은 다양하다. 입냄새는 구강 질환이라는 게 상식처럼 돼 있다. 그러나 한의학 창에 비친 구취 고민자를 보면 구강질환 비율은 높지 않다. 필자가 진료한 경험으로는 10% 내외다. 구취는 질환마다 차이가 있다. 입 냄새를 통해 질병을 짐작할 수도 있다. 입냄새와 질환의 연관성을 알아본다.
첫째, 향기로운 과일냄새가 나면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다. 당뇨 환자는 탄수화물 분해능력이 떨어진다. 인슐린 분비가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지방대사가 활성화 과정에서 아세툰 성분이 폐를 통해 입으로 나가게 된다. 이로 인해 달콤한 과일과 같은 아세톤 향이 풍긴다.
둘째, 생선비린 암모니아 냄새가 나면 신부전에 의한 요독증을 의심할 수 있다. 신부전이 심하면 신장 기능이 떨어진다. 이 상태가 장기간 되면 요독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숨을 내쉴 때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침이 분비되는 타액선을 통해 요소 성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셋째, 달콤하면서도 비린 아민향이 나면 심한 간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혼수상태에 이를 정도로 간이 심하게 손상되면 아민향이 난다.
넷째, 계란 썩는 냄새가 나면 간경화증을 의심할 수 있다. 간에서 해독되지 않은 노폐물이 달걀이나 피 썩는 냄새로 나는 것이다. 또 급성 간염, 간경화, 담낭염 등은 달걀 부패 냄새에 곰팡이 냄새, 시큼한 냄새가 가미된 악취가 난다.
다섯째, 피 썩는 냄새가 나면 백혈병을 의심할 수 있다. 혈액질환인 백형병은 고열, 탈수가 일어나 침의 분비를 적게 한다. 입 냄새가 악화된다. 위에 출혈이 있어도 썩은 피 냄새가 날 수 있다.
여섯째, 역겨운 악취가 나면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할 수 있다. 악취는 위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식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배출되기 때문이다. 악취는 위암이나 소화기 질환자도 비슷하다.
일곱째, 치즈 썩는 냄새가 나면 축농증 등 코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코 속에 염증이 있으면 세균 번식이 왕성하고 악취가 나게 된다.
여덟째, 역겨운 냄새가 지속되면 폐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폐의 염증으로 고름이 생기면 썩는 냄새가 난다. 악취는 호흡을 통해 입으로 나온다. 증세가 심할수록 악취가 더하다.
아홉째, 숨이 차면서 악취가 나면 기관지염을 의심할 수 있다. 악취는 모든 염증성 질환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기관지에 문제가 있으면 기침이 잦거나 가래 증상이 동반되는 경향이다. 흔히 숨이 차게 된다.
열 번째, 악취가 나는 데 원인을 잘 모를 때는 매핵기를 의심할 수 있다. 스트레스도 구취를 유발한다. 구강이나 내분비 계통에 질환이 없는 데도 냄새가 난다면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매핵기로 표현한다. 목에 매실열매 같은 게 막혀 있는 느낌이 매핵기다. 목의 이물감은 악취의 원인이 된다.
글쓴이 김대복
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으로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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