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의석 기자
- 승인 2019.05.30 17:01
한의학 용어 중에 간열(肝熱)이 있다. 간열은 간의 비정상적인 기운으로 심열(心熱) 비열(脾熱) 폐열(肺熱) 신열(腎熱)과 함께 오장열(五臟熱)에 속한다. 간의 열증인 간열은 간화(肝火), 간양상항(肝陽上亢), 간기열(肝氣熱), 간실열(肝實熱) 등을 들 수 있다. 주된 중상은 근육이완과 경련, 분노와 놀람, 현기증과 눈의 충혈, 입마름, 소태같이 쓴 입, 혓바늘 등이다. 심하면 토혈, 발광, 졸도도 나타난다. 간은 탄수화물, 단백질, 아미노산, 지방, 비타민, 호르몬, 해독과 살균 등 수많은 대사 작용으로 인체의 건강을 유지하게 한다. 그런데 기능 저하로 대사능력이 떨어지면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간의 이상은 단순한 입마름에서 심한 구취까지 야기한다. 간의 손상은 습관성 음주가 큰 요인이다. 정신을 혼몽하게 하고, 몸을 뜨겁게 하는 음주는 발적과 소양증 가능성을 높인다. 불필요한 수분도 생성시킨다. 이로 인해 습이 많아지면 위장 기능이 저하되고, 피부 트러블 등 염증이 악화된다. 특히 알코올의 90% 이상은 간에서 분해된다. 알코올에서 바뀐 아세트알데히드는 대표적인 간독성 물질이다. 건강한 간은 해독작용을 한다. 그러나 열이 축적돼 기혈 순환 기능이 떨어진 간에서는 독소 배출이 쉽지 않다. 이는 간열을 더 쌓이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손상된 간세포 복구가 지연되면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다. 간질환의 만성화는 입에서 계란 썩는 듯한 역겨운 냄새를 풍기게 한다. 간 기능이 약화되면 축적된 메르캅탄이 입과 코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황화합물인 메르캅탄은 입냄새의 원인 물질이다. 단백질에 함유된 필수아미노산 메티오닌은 소장에서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메르캅탄을 만든다. 또 간열로 인한 입마름은 구강과 인후두에 세균 증식을 좋게 해 입냄새를 심하게 한다. 그러나 간은 70% 가깝게 굳어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둔감하다. 심각한 상황이 되기까지는 의식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잦은 술자리를 하는 경우는 지독한 입냄새와 함께 소화불량, 잦은 피로, 까칠한 피부, 탈모, 코의 출혈, 멍, 다리 부종, 혈변, 검은 손발톱, 가슴 답답, 체중감소, 성기능 약화 등이 보이면 간의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초기에는 술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진다. 술의 독성을 완화하고, 수습(水濕)을 풀어줘 간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약 복용이 좋은 방법이다. 이 같은 효능의 약재는 지구자, 갈근, 인진, 포공영, 백복령, 택사, 백출 등이 있다. 또 간의 회복에는 사청환(瀉靑丸), 시호음자(柴胡飮子) 등이 활용된다. 이와 함께 면역력 강화를 통해 간이 스스로 이겨나가게 하는 게 좋다. 세부적 방법으로 간의 혈액을 맑게 하는 청혈치료, 면역력 증진을 꾀하는 면역력강화치료, 기와 혈의 흐름을 좋게 하는 보기치료 등이 있다. 이 같은 치료로 간의 건강성이 회복되면 계란 썩는 듯한 입냄새도 사라진다.
홍의석 기자 news@iminju.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