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칼럼=김대복] 모든 사람에게는 입 냄새가 있다. 다만 대부분 사람은 미미해서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일부는 악취로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에게 불쾌감을 준다. 이 같은 입 냄새의 원인은 생리현상, 생활습관, 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생리 현상은 삶의 자연스런 과정이다. 침이 마른 아침이나, 공복 시의 구취를 들 수 있다. 또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구취와 체취도 생리적 현상이다.
생활 습관은 삶의 방식과 섭생이다. 금식, 단식, 불규칙한 식사는 입 냄새를 일으킨다. 입을 마르게 하는 약물 복용, 음주와 흡연, 불량 치과 보철물도 구취 유발 요인이다. 생리적 구취는 시간이 지나면 해소된다. 섭생 등으로 인한 구취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좋아진다. 문제는 질환에 의한 구취다. 이 경우는 원인 질환을 찾아서 치료해야 해소된다. 입 냄새는 발생 부위에 따라 특징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질환의 개연성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냄새의 특징과 질병의 단순화는 위험하다.
신비한 인체는 매우 복잡하면서 정교하다. 단순히 겉으로 나타난 증상만으로 특정 질환을 단정 지을 수 없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장부의 특징에 의한 냄새는 구취의 원인 개연성 파악에만 머물러야 한다. 입 냄새의 정확한 원인과 유형은 정밀 진단을 해야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 문진의 주요 변수가 되는 장부와 입 냄새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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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생선비린 냄새다. 코에서 느껴지는 생선 비린내는 비염이나 축농증을 의심할 수 있다. 숨을 내쉴 때 암모니아 냄새가 나면 신부전증, 요독증과의 연관성을 생각할 수 있다. 신부전은 신장 기능을 약화시키고, 만성이 되면 요독증 위험이 있다. 암모니아 냄새는 요소 성분이 타액선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냄새는 다이어트 때도 날 수 있다.
둘째, 계란이 부패하는 지독한 악취다. 간 기능이 약하면 해독력이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노폐물이 쌓이고, 심한 악취가 난다. 계란이 썩는 냄새에 곰팡이가 피는 듯한 악취가 나면 급성 간염, 간경화, 간경화증을 의심할 수 있다. 장부의 특정 질환도 이와 비슷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셋째, 비리면서도 달콤한 향이다. 혼수 상태에 이를 정도로 심한 간질환 환자의 입에서 풍기는 냄새다. 이와 비슷한 냄새가 나면 심한 중증 간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넷째, 하수도에서 풍기는 악취다. 재채기를 할 때 좁쌀 크기의 노란 알갱이가 튀어 나오는 수가 있다. 냄새가 시궁창에 빠진 것처럼 고약하다. 이 때는 편도결석을 의심할 수 있다.
다섯째, 어느 날 갑자기 비린내나 치즈 썩는 냄새가 날 수 있다. 입 냄새는 서서히 진행된다. 그런데 갑자기 냄새를 의식한다면 축농증 비염 등의 코 질환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쉰 결과 입안에 구강 건조증과 함께 세균증식이 활발해져 구취가 날 수 있다.
여섯째, 음식물이 썩는 냄새다. 이는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할 수 있다. 악취는 위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식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배출되기 때문이다. 악취는 위암이나 소화기 질환자도 비슷하다. 위장에 출혈이 있으면 피 냄새도 난다.
일곱째, 입에서 향긋한 과일 내음이 나는 경우다. 이 냄새가 아세톤 성분 때문에 나는데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다. 당뇨 환자는 탄수화물 분해 능력이 떨어진다. 인슐린 분비가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지방대사가 활성화 과정에서 아세톤 성분이 폐를 통해 입으로 나가게 된다. 이로 인해 달콤한 과일과 같은 아세톤 향이 풍긴다.
여덟째, 기침이 병행된 악취다. 숨이 차면서 악취가 나면 기관지의 염증을 의심할 수 있다. 기침과 가래는 염증 개연성이 있고, 이는 숨이 차는 이유다. 또 역겨운 냄새가 지속되면 폐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폐의 염증으로 고름이 생기면 썩는 냄새가 난다.
아홉째, 피 썩는 냄새다. 위장의 출혈과 함께 백혈병을 의심할 수 있다. 혈액질환인 백형병은 고열, 탈수가 일어나 침의 분비를 적게 한다. 입 냄새가 악화된다.
열 번째, 목이물감과 함께 나는 악취다. 이 때는 스트레스가 주원인인 매핵기를 의심할 수 있다. 구강 검사나 목의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음에도 목의 불편함이 계속되고 구취가 나면 한의학에서 표현하는 매핵기 가능성이 높다.
김대복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