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사회재난, 국가재난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금속, 발암물질, 내분비교란물질이 포함된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의 자구책은 외출자제, 마스크착용, 공기청정기 활용 정도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마스크 착용 후 입냄새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 있다. 미세먼지와 마스크로 인해 구취가 심해진 것으로 느낀다.
사람은 진화하면서 후각이 퇴화됐다. 이로 인해 자신의 입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면 구취를 인식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금세 공기 중으로 사라지던 악취가 마스크에 막혀 입과 코 주위에 머물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미세먼지가 입냄새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인체의 면역 세포는 숨과 함께 몸에 들어온 독성 함유 미세먼지 제거한다. 하지만 초미세먼지는 폐를 통과하고, 혈관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혈액 농도를 짙게 해 심혈관 질환도 유발시킨다. 초미세먼지와 직접 연관된 질환은 폐렴, 천식, 비염, 중이염, 탈모, 결막염, 당뇨, 고혈압 등으로 다양하다. 이중 구취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폐의 감염과 혈액오염이다.
폐에 염증이나 감염이 있으면 숨을 내쉴 때 고름이 썩는 냄새가 배여 나온다. 폐는 혈액을 타고 온 다른 장부의 냄새도 배출한다. 당뇨병의 과일향, 위장 질환의 쉰내가섞인 음식상한 냄새 간 질환의 계란썩은 냄새 등이다. 음주와 흡연, 음식물 섭취로 인한 냄새 배출에서도 폐가 일정 역할을 한다.
또 면역력 저하 속에 호흡기 질환도 악화시켜 입냄새를 증가시킨다. 초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기침과 가래가 생기고, 점막이 자극되고 건조해진다. 이는 세균 증식 여건이 돼 염증에 취약하게 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목이물감, 콧물, 재채기가 심해지는 이유다.
미세먼지는 입 호흡을 하게하고, 코의 점막을 자극한다. 그 결과 콧물이 흐르고 코가 막히는 알레르기 비염이 생기고, 치료되지 않은 비염은 부비동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비염과 부비동염은 모두 구취의 원인이다. 비염과 부비동염으로 누런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상도 발생한다. 이 경우 입냄새가 생기거나 악화되기 쉽다. 구강호흡은 입 안을 더욱 마르게 해 구취 호발 여건이 되게 한다.
치료는 비염, 후비루, 부비동염, 기관지염 등의 증상 개선 처방으로 한다. 또 침샘 분비를 활발하게 하고, 저하된 면역력 강화 방법을 쓴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폐와의 연관성에 찾아야 한다. 미세먼지는 대부분 폐와 관련이 깊다. 치료는 폐의 풍한, 열(火)과의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
풍한이 폐에 들면 폐비(肺痺)가 생기고, 기침을 하며 기가 위로 올라간다. 동의보감에서도 상초의 열을 기침과 폐위(肺痿)의 원인으로 본다. 폐위는 탁한 가래나 타액 속에 피고름이 섞인 것이다. 또 구강건조와 기침, 가슴통증, 입 마름, 기침, 가슴 통증이 폐옹(肺癰)으로 악화됨을 설명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폐질환과 혈액질환, 호흡기질환은 직접적인 치료와 함께 면역력 강화 처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홍의석 기자 news@iminju.net